난쟁이

난쟁이


M은 술을 마시고 싶지만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난쟁이들을 좀 털기로 했다.

해운대 바닷가엔 난쟁이가 많았다. 그들은 키가 40c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두발로 선 웰시코기 같았다. 반면 M은 키 183cm에 몸무게는 90kg이었다. 난쟁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난쟁이들은 자기 집으로 따지면 4층 높이에서 꽂히는 주먹과 2층 높이에서 날아오는 발차기에 속수무책이었다. 돈을 뺏긴 난쟁이들은 엉엉 울었다. 그들의 폐에서는 헬륨가스 소리가 났다.

M이 수금을 마치고 돌아가려 할 때였다. 난쟁이 하나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도사처럼 수염을 기른 난쟁이였다.

"덩치만 믿고 설치는 나쁜 놈! 당장 사과해라! 그러지 않으면 매일 키가 10cm씩 작아질 것이야!"

"머래 씨벌놈이 ㅋ"

M은 난쟁이 도사를 모래사장에 거꾸로 꽂아놓았다.

난쟁이들을 턴 돈으로 M은 재밌게 놀았고, 여자친구도 사겼다. 하지만 그는 이틀만에 차였다. 이틀째 되던 날 M의 키가 여자친구보다 작아졌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M은 거울 앞에 섰다.

"내가 작다고?"

그리고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는 천천히 줄어들고 있었다. 마치 테이프를 붙여 놓고 바늘로 뚫은 풍선처럼. 난쟁이 도사의 저주는 사실이었다.

그는 당황했고, 어쩔 줄 몰라하다가, 정형외과 예약을 잡았다. 정형외과에서는 일주일 뒤에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정형외과를 찾아가자 의사는 콧방귀를 뀌더니, "얘야. 소아과는 저쪽이란다." 하고 그를 쫓아냈다.

M은 의사를 패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93cm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43cm가 되던 날, 그는 해운대 바닷가로 찾아가서 난쟁이들에게 무릎 꿇고 빌기로 했다. 그는 보폭이 너무 좁아져서 바닷가에 도착했을 땐 반나절이 지나 있었다.

난쟁이들은 M을 보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집단으로 그를 린치했다. "내 돈 내놔 시벌아!" 그 모습은 마치 화이트데이에 대형 츄파츕스들이 싸우는 것 같았다.

난쟁이들은 M을 모래사장에 거꾸로 꽂아놓았다. 사경을 헤매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는 13cm가 되어 있었다. 이해를 돕자면 망둥어가 보통 그만하다.

M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이젠 집까지 걸어갈 수도 없었다. 그의 보폭은 겨우 2cm였기 때문이다.

그는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안선 위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제 자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점점 줄어들다보면 1cm가 되고, 그 다음에는? 아무리 고민해봐도 알 수 없었다.

먹구름이 점점 몰려오더니, 파도가 점차 거세졌다. 그러더니 곧 거센 바람이 불었다. 태풍 바비였다.

소라 껍데기를 붙잡고 버티던 M은 결국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때 그는 불과 3cm였다.

*

이틀 뒤, 지리산에서 한 심마니가 외쳤다. "심봤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산삼이 아니었다. 그것은 M이었다. 이제 M은 -13cm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