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아담

세속의 아담

모텔에서 일어난 아담은 창 밖으로 사과 한 알이 지평선에 반쯤 가린채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은 고개를 쳐들고 볼만하군, 아담은 사과가 드러난 만큼만 부끄러워졌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야. 전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지.
어쩌면 똥 오줌과 함께 배설되는지도 몰라. 저 사과는 주기적으로 맛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담은 옆에서 아직도 잠들어 있는 이브를 바라보았다.

이브여, 이곳은 우리의 묏자리 같군. 하얀 시트에 온갖 체액을 쏟아내다 무연고 시체처럼 누워
잠들었던 어젯밤, 우리는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웠다.

지금 그대의 나체는 한낮의 가로등처럼 볼품 없는 그림자를 만들 뿐이다.
그대의 헐벗은 몸이 아름다워 보였던 것은 이성의 한계를 벗어나 누액된 욕망이 빚어낸 환상 같은 것이었다.

창틀을 길게 늘어뜨린 모양으로 한 다발의 조명이 들어와 이브의 허벅지를 가로지른다.
그러자 그녀의 잔털들이 방초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람들이 정답을 찾을 때처럼 눈을 감아보았지.
그러자 그대는 손으로 아무리 비벼도 사라지지 않는 곰팡이가 된다는 걸 알아?
불쾌한 일이잖아? 우리 관계는 밤새어 쌓아가다 아침이 되면 손쉽게 씻어내는 눈꼽 같은 것에 불과한데.

그때 창밖에는 사과가 지평선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아담은 서둘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이브에 대해서는, 자신의 옷 입는 기척만으로 책임을 다 했다는 듯이

너무나도 밝은 거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으나, 죄책감에 대해서는
다만 제 속옷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자리를 느끼듯이, 그렇게 희미하게

201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