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길고양이

지난 세기의 그림 속에서 네 형제들은 호근한 난로 곁 안락의자에 앉은
귀부인의 장신구처럼 무릎이나 양탄에서 퍼지어 쿠션처럼 적요롭던데

오늘 밤 동전을 긁어 담배 한 갑 사고 돌아오던 나와 마주친 너는
예술한다고 설치다 쫓겨난 족보의 물자국이란 것인지.

네 걸음은 항상 이해되기 어려운 성질이라 사방으로 꽃잎처럼 열린 도주로에서
하필 하수구를 짚는 것이 네 영감이란 것이냐.
오물 튀는 소리를 설움처럼 누르며 너는 뛰고

달ㅡ
달이 생선가시처럼 걸린 골목에서 나는 윤동주의 묘사처럼 담배를 태우며
달이란 것은 초승달이든 그믐달이든 생의 대부분을 옆모습으로 사는 존재이기에
랭보와 고흐가 그 아래에서 시(詩)나 그림을 그렸고
네 눈동자와도 닮은 꼴이라 생각해본다.

네 발자국으로 걷는 짐승이기에 사람들은 가장 확고하게 걸을 때도 방황한다 말하지만
나는 머리 하나로 너무 많은 꿈을 꾸니

너무 고양이 같은 사람이거나
너무 사람 같은 고양이거나
우리는.

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