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의 비틀즈

빈민가의 비틀즈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폴 매카트니는 젊은 시절 꿈속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었다. 그것은 그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멜로디였고, 기가 막혔다.

그는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멜로디를 받아 적든지, 혹은 피아노로 치든지 했다. 비틀즈의 가장 사랑받는 노래 <Let It Be>는 그렇게 탄생했다.

나는 위의 이야기를 초등학생 때 들었다. 그때부터 이 일화는 <Let It Be>의 멜로디만큼이나 아름답게 내 기억에 박혔고, 나 역시 언젠가 그런 꿈을 꾸게 되길 바라게 되었다.

이제 나는 26살이다. 그리고 오늘 내 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보겠다.

꿈속에서 나는 어떤 동네를 탈출하고 있었다. 그 동네는 빈민가라고 불릴만한 전형적인 동네였는데, 마치 90년대 후반의 해운대구 반여동이나 그 주변 동네를 연상시켰다.

그런 동네를 나는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내가 등에 맨 가방에는 2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어디서 그런 돈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200만원은 현실에서도 그렇듯 꿈속에서도 내게 굉장히 큰돈이었고, 나는 이 거금을 이 거지 동네의 양아치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몹시 조심했다.

내 앞에서 교복을 입은 남녀가 손을 잡고 모텔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건 빈민가의 자연스러운 광경 중의 하나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겐 200만원이 있는데 왜 풋내기들의 성교 따위를 부러워하겠는가?

잠시 뒤, 나는 큰 골목으로 들어섰다. 불길하게도 맞은편에서 덩치 큰 남자 넷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딱 봐도 깡패, 혹은 불한당처럼 보였다. 그들은 마치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처럼 길을 지배하며 걸어왔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너무 오랫동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후회한다는 듯이 시선을 떨궜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내 충심을 헤아려서 마치 배부른 사자왕처럼 내 옆을 지나가길 바랬다.

하지만 나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야 저 새끼로 하자.”

그 말에 나는 즉시 고개를 들었다. 이미 깡패들은 나를 잡으러 손을 뻗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뒤돌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포위되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그들 패거리 중 두 사람이 내 뒤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망할 깡패들의 손은 두툼했고 그들에게 잡혀 나는 가방에 든 200장의 지폐들과 함께 펄럭거렸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달리기라면 자신이 있었다. 틈을 타서 내 앞을 막은 놈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놈은 코를 부여잡을 테고 그 틈을 타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어디서 머리통만한 바위를 들고 왔다. 나는 그가 그것을 어디에 쓸 것인지 몹시 궁금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내가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그는 그것으로 내 정강이를 냅다 분질러버렸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방금 그건 뭐였지?

삥 뜯을 놈을 잡자마자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까버리는 것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이었고, 기가 막혔다. 나의 오래된 소망이 드디어 이뤄진 것일까? 꿈에서 기막힌 영감이 떠오르는 것.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내가 앞으로도 누군가의 삥을 뜯을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만약 내가 깡패였다면 나는 즉시 거리로 나가 폴 매카트니가 <Let It Be>를 부른 횟수만큼 힘없는 이들의 다리를 까버렸을 것이고 나와 나의 패거리는 빈민가의 비틀즈가 되어서 떼돈을 벌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