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에 있는 오래된 책장을 버리기로 했다. 그러려면 우선 이것을 거실로 빼내야 했다. 나는 양손으로 책장을 붙들었다. 책장은 나와 키가 비슷했고 어깨가 넓었으며 몹시 무거워서 말년의 말론 브란도 같았다. 우리는 거실로 나가며 마지막 탱고를 췄다.
책장은 거실로 옮겼으니 이제 나사를 풀어야했다. 드라이버를 가지러 다시 방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책장을 들어낸 자리에 예수가 있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벽지에 핀 곰팡이였다. 하지만 퍼진 모양이 몹시 예수 같았다.
장갑을 천천히 벗으며 나는 곰팡이 예수를 바라보았다. 예수를 닮은 곰팡이가 피는 것은 교황의 성경책 표지에나 생길 법한 일이었다. 내 방에 예수가 있었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방에 혼자 있다고 생각해서 했던 말들(“오늘은 두 발 쏴야지” 같은)을 예수도 듣고 있었던 것일까?
이것을 기독교인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배중이야.”
“보여줄 게 있어서. 예배 마치면 우리 집으로 와.”
“뭔데 그래?”
“네가 보면 좋아할 거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주일이었다. 예수는 어쩌면 책장 뒤에서 잠시 휴일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집에 들어온 친구는 거실에 누워 있는 말론 브란도를 보자 다시 나가려고 했다. “난 저런 거 안 좋아해.”
나는 그를 달래며 내 방으로 데려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곰팡이를 보여주었다.
“어때? 지져스 같지 않아?”
친구는 말없이 서서 두 손만 꼼지락거렸다. 그에겐 벗을 장갑이 없었다. 내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돌아올 때까지 친구는 여전히 카타콤의 문지기처럼 서 있었다. 그는 기분 전환이 필요해보였다.
나는 점심을 살 테니 책장을 분해하고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아까와 달리 친구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곰팡이 예수가 친구의 마음에 포자를 퍼뜨린 것 같았다. 그는 열심히 나사를 풀었고 이제는 판자로 변해버린 책장을 열심히 아파트 아래로 날랐다.
작업이 마무리 될 때쯤, 친구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심장에 마이크를 가져다대면 ‘아가페’라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나는 짜장면을 두 그릇 시켰다. 친구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식전기도를 드렸다. 나는 곰팡이 예수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잠시 앉아 있었다. 갑자기 그는 락스와 분무기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거실 수납장에서 5년 된 페브리즈를 찾았다. 뚜껑을 열자 천사의 구취가 났다.
“락스는 화장실에 있어.” 내가 말했다.
잠시 후 친구는 화장실에서 뭔가를 만들어왔다. 페브리즈 통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락스를 물에 섞었어. 이걸 뿌리면 곰팡이가 사라질 거야.”
그러더니 그는 예수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댔다. 나는 내게 그럴 시간만 있다면 이 광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내 친구가 정말 이단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곧장 방아쇠를 당겼다. 신은 죽었다! 그는 몇 발을 더 쐈다.
*
곰팡이 자국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래도 더 이상 예수처럼 보이진 않았다. 예수가 있었던 자리라면 모를까.
나는 그 자리에 달력을 걸었다. 예수가 있었던 자리에 달력을 건다는 것은 뭔가 그럴싸해 보였다.
못을 박기 전에 나는 벽을 두드려보았다. 그러자 속이 텅 비어 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저편에 다른 공간이 있는지도 몰라.” 내가 말했다.
“물론.” 친구는 못을 박으며 대답했다.